우리 딸이 아주 똑똑하거든~
남자는 '우리 딸'에 힘을 주어 말했다.
그의 주변으로 둘러 앉아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서너명의 남녀는 그 남자보다는 젊어 보였다.
얼마 전에 선을 봤는데, 남자가 서울대 법대 나와서 동경대에서 공부를 했다고 하더라고~
바로 오른편에 앉은 여자가 자연스럽게
'남자도 아주 똑똑한 사람이네요'
하고 추임새를 넣는다.
근데 그 놈을 우리 딸이 차버렸지.
일행들이 '오' 하고 적절히 감탄사를 내뱉는다.
남자가 우쭐댄다.
딸의 연애사 - 그것도 행복한 진행형이 아니라 깨져버린- 가 어째서 타인 앞에서 우쭐댈만한 이야깃거리가 되는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는 그 기세에 힘을 얻어 그 뒤로도 한동안
정치인 누구는 글렀다느니, 요즘 젊은 친구들이 나약하다느니 하는
누구도 1분 이상 들어주기 힘든 이야기를 잘난척하며 한참을 주절댄 뒤에
'그만 일어들 나지' 로 겨우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