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추석
우리 엄마는 손이 크다.
맏딸에 맏며느리라서 그런 것인지, 충청도 출신이라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크다. 1
게다가 뭐든 직접 해야 성이 풀리시는지 적당히 사다가 먹자고 해도 도무지 듣지를 않는 관계로.
올 추석에도 송편 및 차례 음식 준비를 울 엄마가 죄다 맡아서 하셨다... 뭐 이런 결론.
내가 집에 가자마자 엄마가 내놓는 송편 재료들. 우와 신난다?
호두를 부수어 꿀과 섞고, 거기에 백앙금 or 삶아 으깬 밤을 더해 송편 소를 만든다.
포도를 삶은 즙을 섞어 만든 보라색 반죽. 이거 외에도 쑥반죽, 단호박반죽, 플레인(...)반죽이 있었다.
포도즙 반죽으로 만든 송편. 쪘더니 색이 한결 진해졌다.
녹두를 켜켜이 깔아 만든 시루떡. 이것도 엄마가 직접 시루에 쪘다.
네모 반듯하게 잘라내고 남은 짜투리 떡은 내 차지 :D 김밥 끄트머리 줏어먹는 것 같은 즐거움이 있다.
도로가 막힐 것을 우려해 새벽 6시 반에 떠난 성묘길.
차에는 대형 스티로폼 박스가 두 개. 그 안에는 당연히 차례 음식이 가득가득...
10명쯤 엠티갈 때 챙겨가는 음식이 그 정도 될지도...
행선지 헛갈리지 말라는 배려인지, 도로에 각각 다른 색으로 선이 그어져 있다.
장농면허 10년차를 두려움에 떨게 한 자욱한 안개
한 시간 쯤 달리다 배가 고파서 휴게소에 들렀다.
밤새 차례 음식을 만들었지만, 막상 우리가 먹을 건 제대로 챙겨오질 않아서...
7시가 넘었지만 제대로 문을 연 매장이 없어서 토스트로 요기.
우리 엄마는 어릴때부터 차례가 끝날 때 까진 절대 음식에 손을 못대게 해서 난 그게 늘 불만이었다.
"제사고 차례고 산 사람이 먼저지. 죽은 사람이 먼저가 아니다. 먹어먹어"
라고 하셨다던 친구네 아버지 얘기가 떠올랐다. 그 아버지 짱 멋지심...
무튼, 이래저래 출발로부터 2시간 정도 지나 도착한 산소.
햇볕이 너무 뜨겁긴 했지만, 그래도 가을인가 싶은 풍경들.
이 정도가 우리 엄마 클래스
산소에 오면서 이렇게 한상 차려오는 집은 우리집밖에 없을 거라고 내가 막 꿍시렁거렸다.
담부턴 간소하게 했으면 좋겠다 제발.
내가 이렇게 말할 때마다 엄마는 늘 '담엔 간단하게 해야지'라고 하신다.
그리고 그게 몇 년째 되풀이 중. ㅎㅎㅎ
- 응답하라 1997에 '충청도 출신이 손이 크다'라는 대화를 나누는 씬이 있었다고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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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다음 날 지하철 2호선
보통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텅텅 비어서
서로의 시야를 적절히 가려줄 '서있는 사람'이 없는 오후 4시의 2호선.
다들 어딘가 뻘쭘해하며 허공과 바닥을 응시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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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질문에 대한 대응법.
너 살 쪘대 임마.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데,
마침 청소하시던 아주머니가 내 파우치를 보시고
"고양이가 살이 쪘네"
...
귀엽다고 하셨으면 '고맙습니다' 할텐데,
살이 쪘다고 하시니 머라고 대답을 해야할지 몰라서 '머엉-'
뭐라고 대답해야 돼???
냉매실차
오늘은 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이것 저것 신경쓰이는 일이 있어 그랬는지 피곤했던 날.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은 오는 것마다 너무나 붐벼 3대나 보내고 겨우 타고...
당연히 서서 오는 내내, 새로 산 신발은 내 발가락을 너무나 죄어오고...
지하철 역에서 내려서 퉁퉁 부은 발로 터덜터덜 걸어오면서는 '아 내일도 이 코스를 왕복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며
스스로가 너무 불쌍하게까지 느껴진, 그런 날.
집에 들어오자마자 엄마가 보내 준 매실청을 꺼냈다.
깊은 유리잔에 매실청을 붓고, 얼음을 넣고, 생수를 따라 신나게 휘저어 주면
어떤 자양강장제도 피로회복제도 부럽지 않은 나만의 에너지음료 탄생!
그래~ 힘든 건 나만이 아니니까.
다들 나름의 장애물과 싸우고 있으니까.
힘내자. 뿅뿅뿅!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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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품 팔아 맘에 쏙드는 오너먼트와 리본도 마련하고... 전구도 어설프게 둘러주고..
형광등을 끄고 점멸 스위치를 켜니, 환상적인 나만의 공간이 생겨난다.
마치 얼어죽기 전의 성냥팔이 소녀가 봤을 것만 같은, 현실과는 무관한 아름다움...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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